이글은 서기 881년 최치원선생이 24세에 역적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을 해설한 것입니다

 

황소격문

 

광명 2년 7월 8일에 제도 공검교태위 아무는 황소에게 알린다.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리라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는 것을 권이라 한다.

지혜있는 이는 시기에 순응하는 데서 성공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스리는 데서 파하는 법이다

비록 백년의 수명에 죽고 사는 것은 기약하기 어려우나 모든 일은 마음으로서 그 옳고 그른 것을 이루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왕사로 말하면은 덕을 앞세우고 죽이는 것을 뒤로한다. 앞으로 상경을 수복하고 큰 선의를 펴고자 하여 삼가 임금의 분부를 받들고 간사한 것들을 치우려 한다. 너는 본시 먼 시골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감히 강산을 어지럽게 하였다. 드디어 불칙한 마음을 품고 높은 자리를 노려 보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죄가 이미 하늘에 닿을 만큼 극도로 되어서 반드시 여지없는 태망을 당하고 말 것이다. 애닳다 당우시대로부터 내려오면서 묘와 호 따위가 복종하지 아니하였은 즉 양심없는 무리와 충의없는 것들이란 바로 너희들을 가리킨다. 어느 시대인들 없겠느냐, 멀리로는 유요와 왕돈이 진나라를 였보았고 가까이는 녹산과 주사가 황가를 시끄럽게 하였다. 그들은 모두 손에 막강한 병권을 쥐었었고 또한 몸이 송요한 지위에 있어서 호령만 떨어지면 우뢰와 번개가 치닫듯 요란하였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자욱하듯 하였지만 잠깐동안 못된 것을 하다가 필경에는 그 씨조차 섬멸을 당하였다.

 햇빛이 활짝 퍼졌으나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으며, 하늘 그물이 높이 쳐졌으니 나쁜 족속들은 반드시 제거되고 말 것이다. 하물며 너는 평민 출신으로 농촌에서 일어나 불찌르고 겁탈하는 것을 짓으로 살상하는 것을 급선무로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만 있을 뿐 속죄할 수 있는 조그마한 착함은 없으니 천하 사람들이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아마 땅속의 귀신까지도 가만히 죽이려고 의논하였을 것이니, 비록 숨은 붙어 있다고 하지만 넋은 벌써 빠졌을 것이다. 무릇 사람의 일이지만 제가 자신을 아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내가 헛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자세히 듣거라.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더러운 것을 용납하는 덕이 깊고 결점을 따지지 않는 은혜가 지중하여 너에게 병권을 주고 또 지방을 맡겼거늘 오히려 짐새와 같은 독심을 품고 올빼미와 같은 흉악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 뜯고 하는 것이 개가 주인을 짖는 격으로 필경에는 임금의 덕화를 배반하고 궁궐을 침략하여 공후들은 험한 길을 달아나게 되고야 가는 먼 지방으로 행차하시게 되었거늘 일찌감치 덕의에 돌아올 줄 모르고 다만 흉악한 짓만 늘어가니 아야말로 임금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해 준 은혜가 있고 너는 국가에 은혜를 저버린 죄가 있을 뿐이니 반드시 머지않아 죽고 말 것인데 어찌 하늘을 무서워 하지 않느냐. 하물며 주나라 솥은 물어 볼 것이 아니요 한나라 궁궐은 어찌 네가 머무를 곳이랴. 너의 생각은 끝내 어찌하려는 것이냐?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도덕경에 회오리 바람은 하루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낙비는 온 종일 갈 수 없다고 하였으니 하늘의 조화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구나. 더구나 사람의 하는 일이야 또 자못하겠느냐. 춘추전에 하늘이 아직 나쁜자를 놓아 두어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죄악을 짖기를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흉악함을 숨겨서 죄악이 쌓이고 앙화가 가득하였음에도 위험한 것을 편안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이킬 줄 모르니 이른바 제비가 막에다 집짓고 막이 불타오르는데도 제멋데로 날아드는 것과 물고기가 솥 속에서 너울거리지만 바로 삶아지는 꼴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뛰어난 군략을 모으고 여러 군사를 규합하여 용맹스런 장수는 구름처럼 날아들고 날랜 군사들은 비 쏟아 지듯 모여들어 높이 휘날리는 깃발은 초새의 바람을 애워싸고 총총이 들어찬 함성은 오강의 물길을 막아 끊었다.  진나라도 태위처럼 적을 처부수는데 날래고 순한 양처럼 엄숙함이 신이라 불릴만하여 널리 팔방을 돌아 보고 거침없이 만리를 항행할 수 있으리 만치 치열한 불꽃을 놓아 기러기 털을 태우고 태산을 높이 들어 새알을 짓누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금신이 계절을 맡았고 수백이 우리 군사를 환영하는 이때 가을 바람은 숙살하는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이슬은 혼잡한 기운을 씻어주니 파도는 이미 쉬고 도로는 바로 통하였다. 석두성에 뱃줄을 놓으니 손권이 후군이 되었고 현산이 돛을 내리니 두예가 앞잡이가 되었다. 앞으로 서울을 수복하기는 한 달이면 되겠지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싫어하는 것은 하늘의 깊으신 덕화요, 법을 늦추고 은혜를 드리는 것은 국가에 좋은 제도이다. 국가의 도적을 토벌하는 데는 사적인 원한을 생각 안해야 하고 어두운 길에 헤메는 이를 깨우쳐 주는 데는 바른 말이라야 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나의 한장 글을 날려서 너의 급한 사정을 풀어 주려는 바이니 미련한 고집을 부리지 말고 일찍이 기회를 보아 자신의 선후책을 세우고 과거의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 만일 땅을 떼야 받어 나라를 맡고가 업을 계승하여서 몸과 머리가 두동강이 되는 화를 면하고 뛰어난 공명을 얻기 원한다면 몹쓸 도당들의 말을 믿지말고 오직 후손에게 영화를 유전해 줄 것만 유의하라. 이는 아녀자와 아는체 할바가 아니오 실로 대장부의 할일인 만큼 그간 부를 속히 회복할 것이요 쓸데없는 의심을 두지 말라. 나는 명령은 하늘을 우러러 받았고 믿음은 맑은 물을 두어 맹세하였은즉 한번 말이 떨어지면 반드시 메아리처럼 응할 것이 매운 해가 더 많을 것이요. 원망이 짙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미쳐서 날뛰는 도당들에 견제되어 줄 한 잠을 깨지 못하고 마치 당랑이 수레바퀴를 항거하듯이 어리석은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우리 군사가 한번 휘둘러 쳐부수므로써 까마귀 떼처럼 질서없고 솔개처럼 날뛰던 무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칠 것이며 너의 몸둥이는 도끼날에 기름이 되고 뼈다귀는 수레밑에 가루가 될 것이며 처자는 잡혀죽고 권속들은 배임을 당할 것이다. 옛날 동탁처럼 배를 불태울 그 때가 되어서는 사슴처름 물어 뜯는 후회가 있을지라고 시기는 이미 늦을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퇴진을 참작하고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라. 배반하다가 멸망하기보다 어찌 귀순하여 영화롭게 되는 것이 낳지 않겠느냐. 다만 너의 소망은 이루게 될 것이니 장부의 할일을 택하여 표변하기를 기할 것이요, 못난이의 소견을 고집하여 여우처럼 의심만 품지 말라.